본문 바로가기
Life

제조회사 다니는 IT 직군 개발자의 신세한탄 - 인사 프로세스의 아쉬움

by Warehaus 2022. 7. 29.


조금은 조심스러운 신세한탄 시리즈..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느 정도 입장이 이해는 가면서도 개인적인 불만 때문에 투덜투덜 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뭐.. ㅇㅇ이가 못해서 그렇다. ㅇㅇ팀이 못해서 그렇다 이런 남 탓은 참 좋지 않으면서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가끔 나/ 우리 부서 가 그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모 축구선수의 "꼬우면 니들이 뛰던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게 사실이기도 하다.


업무


나는 해외에서 일하는 외국인 동료들과 함께 회사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적은 인력으로 부랴부랴 일을 잘 끌어왔고
부서에서 이걸 꼭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으며
합리적인 질타를 받고는 있지만, 그래도 나름 잘 방어를 하면서 우리가 개발한 작업도구를 전파해 나가고 있다.

잘하고 있는데 왜 인사에 불만이 있을까?

그건 바로 이 부서는 내가 쟁취 아닌 쟁취를 해서 얻은 부서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인사 시스템이 어떻게 되는지 내부 사항은 잘 모르지만
나의 경험은 이렇다.

1. 신입사원으로 들어와 들어가고 싶은 지망을 쓰라고 한다.
2. 인사 담당자와 면담을 한다. 어디를 정말 가고 싶은지?
3. 신입사원 배치, 교육 및 업무 시작

1,2 과정은 거의 1주일 이내에 모두 이뤄지고 3 과정은 이런저런 교육이 많아서 시간이 꽤나 걸렸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개발자가 귀하지 않았던 시절,
개발을 하고 싶어서 이 회사에 들어왔고 그때는 고생을 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젊었고, 열정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다가온 첫 시련이 바로 부서 배치이다.

나의 지망은 깡그리 무시당했고,
제조장비 프로그램을 유지보수하는 부서로 배치받게 되었다.

그 부서에서 이를 갈며 일을 하던 나는 결국 현재 부서에 면접을 보고 부서이동을 했고, 업무적인 측면에서는 만족하면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아무리 회사 규모가 조금 있다고 하지만
나는 채용과 배치 과정이 이것밖에 안되나 싶다.

여전히 그들은 크게 발전이 없고
사람은 언제나 뽑으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인사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들도 나름 고충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부분은 위에서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어른들.. 본인들 만의 정답을 가지고 계시는 지원 팀 사람들은 정말 쉽게 변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이런 부분이 여전히 아쉽다.



근무환경



나의 근무환경은 상당히 열악하다.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이라고 특권의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뭐랄까.. 공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목장갑이 필요하고 안전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소프트웨어 하는 사람에게는 적정 수준 사양의 컴퓨터와 해상도 높은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제공되지 않는다.

23인치 모니터 2개 듀얼, HD 해상도로 개발을 하고 있다.
거의 10년 전 환경에서 개발을 하고 있으려나 조금 화가 나기도 한다..

키보드나 마우스는 내가 참지 못하고 사서 쓰는데 모니터는 진짜 ... 일하겠다고 사비로 구매하는데 용납이 안돼서 반항하는 마음으로 그냥 쓰고있다.

주변을 보면 그냥 돈주고 사시는분들이 있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런 상황이 왜 생기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제조회사 내 직군 별 사람들이 다양하고 모두에게 같은 수준의 OA장비를 제공하다보니 이런 결과를 낳는 것 같다.

개발직군에게 좋은 장비는 필요하지만 그 장비를 주면 다른 직군들도 달라고 할테고 그러면 비용이 증가하고.. 뭐 이런 머리를 굴리는게 너무나 느껴진다.

그냥 좀 줬으면 좋겠다. 한눈에 보면 얼마 안걸릴거 스크롤 왔다갔다 하다가 정신만 없다..ㅠ

쓰다보니 이건 인사적인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돈쓰는 부서는 ... 재무?


최근 이직시장


최근 중요한 기술 리더가 이직 했다.

우리 회사는 카운터 오퍼조차 하지 않았다.

가는사람 잡지않고 오는사람 막지않는 인사정책인가보다..
아, 오는사람은 막는편이긴 한 것같다.

여전히 그 친구와는 친하게 지내고 있지만 내가 주고받는 얘기는 이직을 할지말지에 관한 내용들이다 ㅎㅎ

그리고 요즘 신입사원들 능력이 정말 출중한 것 같다.
신입 + 경력으로 정말 어마어마한 학력의 사람들이 종종 오는데 이런 부분은 참 좋다.

근데.. 여기서 내가 겪었던 문제가 다시 생기고 있다.

명문대 학생을 선호하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을 그냥 사람 필요한 곳에 배치하고 있다.

제발.. 그 일을 하고싶은 사람을 뽑아서 그 업종에 맞는 연봉을 주고 그 분야에서 잘 성장할 수 있는 유연한 인사체계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물론.. 회사 내에서 시끄러울 수는 있을 것 같다.
어느정도 연차에 맞춰 연봉을 받는 체계에서 직군별로 연봉을 다르게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렇다 한들.. 능력있는 사람들을 뽑아서 왜 역량을 펼칠 수 있는곳에 배치하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없다.

제조 회사는 참 아쉬운게 많다.

뉴스에 나오는 IT회사들은 많이 다를까?
친구들에게 듣는 얘기로는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본인이 하고싶은 일을 시켜준다는 점에서는
제조 회사들도 그렇게 변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애정이 있는 회사라 그러길 바랄 뿐이지만..
그 쯤 되면 나는 다른회사에서 일을 하고있을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