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를 놓쳐서 출출했던 우리는 고기가 너무나 먹고싶어서
망포에 있는 고깃집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왠만한 고깃집은 어느정도 알고 있어서 그냥 무난한 곳을 갔어도 됐는데,
유독 이날따라 까탈스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얇은 고기는 먹고싶지않고
연기가 많이 나지 않으며,
두툼하고 거의 근고기에 가까운 양질의 돼지고기를 먹고싶었던 우리
이전의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 낸 곳이 바로 영포화로이다.
영포화로는 생긴지 몇년 된 고깃집이다. 망포 상권은 정말 이상하다 싶을 만큼 빠르게 바뀌는데 반해 이곳은 나름 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영포화로에 도착하면 이렇게 앞에 횟집처럼 에이징 중인 고기들이 둥둥 떠 다닌다.
개인적으로 드는 생각은 한 여름이나 겨울에 꽤나 관리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고기 에이징이야 주인분께서 어련히 잘 하시겠나 싶고, 나야 먹는 고기만 맛있으면 된다 라는 마음으로 잡생각은 넣어둔 채 가게로 들어갔다.
오후 3시 쯤이었나.. 꽤나 늦은 점심이었기 때문에 손님이 거의 없었다.
나이가 꽤 있어보이는 아저씨 그룹이 소주를 들이키고 있었고, 나와 여자친구는 그 뒷 편에 앉았다.
영포화로 메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오늘은 한우는 별로 땡기지 않아서 돼지로 결정했다.
고기로 시작해서 고기로 끝내고 싶은 그런 날이다.
우리는 뭐가 오늘 더 맛있는지 알아보고 주문하기 위해서
삼겹살, 목살 각각 1인분 씩 시켰다.
접시가 이뻐서 찍어봤다.
고깃집 이라기 보다는 뭔가.. 초밥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접시다.
또 이렇게 반찬이 가득 차니까 일식집에서 다시 정갈한 고깃집 비주얼이 되었다.
명이나물은 요새는 워낙 흔해져서 별로 특별할 게 없는데
저 갓김치가 진짜 기억에 남는다.
궁채나물 비슷한 식감에 아주 상콤하니 맛있게 먹었었다.
샐러드라 해야하나.. 파절이라 해야하나..
콩나물 상추 파절이.. ?
암튼 맛은 그냥 파절이다.
간단히 반찬을 맛 보고 있는 사이에 화로가 나왔다.
여기 전에도 느꼈지만 진짜 이름 값 한다.
숯 하나는 기가막히게 불이 좋다.
예전에 어디더라.. 성수에서 무슨 메종 성수돈 뭐시기 에서 숯불이 다 안올라왔는데 나온 거 보고 진짜 기가찼는데
여긴 제대로다. 빛이 너무 이뻤다.
고기가 올라왔다. 불이 좋아서 진짜 금방 익는다.
가게가 한적한 시간대에 와서 그런지 직원분의 서비스가 상당했다. ( 오래 일한 느낌이라 직원분인지, 가족경영인지 잘 모르겠다 )
원래는 구워주지 않는데, 손님이 거의 없고 맛있게 드시는게 중요하니 구워주신다는 말을 하시면서 고기를 구워주셨다.
예전에 왔을 때 진짜 안구워주셨기 때문에.. 원래 안구워준다는 말이 어느정도 사실이라는걸 안다.
사실 손님이 없으면 쉬어도 되는데 이렇게 구워주시는게 참 기분이 좋았다.
꽈리 고추도 알맞게 구워주시고 익힌 고기를 고추 위에 올려주셨다.
저 고추 맵지도 않고 적당히 맛있었다.
그리고 고기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뭐가 더 맛있는지 맛을 보고 판단하려고 1인분 씩 시켰는데 진짜 둘다 너무 맛있었다.
삼겹살은 기름기가 많은데도 숯이 좋아서 그런가 엄청 담백하고 쫄깃한 느낌으로 구워졌고,
목살은 진짜 고기 그 자체의 맛을 잘 표현해 주고 있었다.
둘 다 맛있었지만, 2인분을 다 먹고나서 우리는 삼겹살을 2인분 더 시켰다.
삼겹이 충분히 담백한 맛이라서 평소에 먹는 기름진 삽겹과 목살의 중간 쯤 그 어딘가에 있는 맛이어서 이 밸런스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고기를 어느정도 먹고나니 사장님이 가리비 2개를 서비스로 주신다.
그냥 옥수수 콘 치즈 맛이겠지... 라고 생각했던 건 경기도 오산이다.
무슨 가리비 맛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리비가 메뉴에 있었으면 더 시켰을 것 같다. (물론 가격을 어느정도 보겠지만..)
아..
아니다. .. 이러다가 서비스 가리비마저 사라지면 조금은 슬플 것 같다.
그냥 고기를 많이 먹고 가리비는 서비스로 받고싶다. :)
4인분 먹고 52,000원 인데
요즘 미쳐돌아가는 고깃 집 가격을 감안하면 충분히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인상 깊었던 고기맛과 가리비로 마무리 한 영포화로에 대한 후기는 여기까지다.
이 날 고기집을 나오면서 만족했던 우리는 앞으로 망포에서 고깃집은 고민하지 않고 이 곳을 먼저 오기로 했다.
다만, 여기가 저녁시간때는 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대체재 하나 정도는 찾아보는게 좋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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